2026년 4월 5일 일요일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선택 아닌 필수, 국회 토론회서 각계 목소리 모아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선택 아닌 필수, 국회 토론회서 각계 목소리 모아

방탄복 속 중국산 섬유는 우리 군의 민낯,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시급해

전투복 소재 수입 의존, K-방산 수출 패키지화는 섬유·방산 동반성장 기회

 



 

지난 43,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간사 주최,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방탄복·방탄헬멧·전투복 등 군 피복류에 사용되는 핵심 섬유소재의 국산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라는 제목은 얼핏 기술 세미나처럼 들리지만, 이날 발표된 각종 수치들은 묵직한 안보 현실을 드러냈다.

 

방화복 핵심 소재인 PBO·PBI의 국내 자급률은 0%.

 

방탄복에 쓰이는 UHMWPE(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10%에 불과하다.

 

군 피복류 원사의 70~80%는 해외에서 들어온다.

 

2020년 이후에는 국내 방탄복 대부분에 중국산 PE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는 지금,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유사시 우리 군은 총과 탱크는 있어도 장병이 입을 전투복과 방탄복의 원료를 스스로 조달하지 못할 수 있다.

 

최저가 입찰이 중국산 방탄복을 불렀다.

 

국방기술품질원 구승환 책임연구원의 발표는 현장의 민낯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현재 우리 군은 방탄복 I·III, 부력방탄복, 방탄헬멧 II·III, 경량방탄헬멧, 방탄판 등 7종의 개인용 방탄물자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방탄물자의 핵심 소재 조달 구조다.

 

방탄복·방탄헬멧에는 UHMWPE와 파라-아라미드 계열 소재가 주로 쓰인다.

 

경량화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아라미드보다 가벼운 UHMWPE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2020년 이후 국내 방탄복의 대부분에는 중국산 PE 소재가 들어가고 있다.

 

구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최저가 낙찰 제도와 성능형 규격이다.

 

국내 방탄복 규격은 성능 기준으로만 규정되어 있어 어느 나라 소재를 쓰든 기준을 통과하면 납품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저가 중심의 입찰 구조가 결합되면서, 성능 기준을 맞추면서도 단가가 낮은 중국산 소재 사용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방탄복 소재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애초부터 규정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구 연구원은 또 방탄물자 신뢰성 관리의 공백도 짚었다.

 

국방부는 2024'방탄물자 신뢰성 평가 업무' 훈령을 발령해 납품 이후 운용 중인 방탄물자의 성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납품 시 품질보증 이후에도 현장에서 사용 중인 방탄물자의 성능이 유지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체계가 그동안 없었다는 얘기다.

 

훈령에 따르면 방탄물자는 '계속사용', '조건부사용', '정비 후 재사용', '폐기' 4단계로 등급 분류되며, 국방부·기품원·방사청·각 군이 역할을 분담해 관리하게 된다.

 

그는 발표 말미에 토론회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질문을 던졌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는 모두가 원하는 것인가?" 군 입장에서는 성능만 보장된다면 원산지를 따질 유인이 크지 않고, 현재 방탄복 납품을 주도하는 봉제기업들도 국산 소재로의 전환에 실질적으로 동의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제도를 바꿔도 시장 참여자들의 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이라는 현실적 경고였다.

 

이어서 KEIT 윤석한 섬유PD국방섬유 소재의 적용 현황 및 문제점, 국산화 개발 방향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Berry Amendment(DFARS 252.225-7012)를 통해 의류·직물·식품·수공구 등 일부 군수품 조달 시 원사부터 봉제까지 전 공정에서 미국산 원자재 사용을 100%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수입 원사를 사용해도 국내에서 봉제만 거치면 국내 생산품으로 인정된다.

 

원산지와 무관하게 마지막 공정만 국내에서 이루어지면 '국산'이 되는 구조다.

 

PD는 소재별 국내 자급률 현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범용 소재인 PET·PE90%에 달하는 군 적용률을 보이지만, 나일론66·레이온·면은 군 적용률이 0%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고성능 소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라미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하나 군 적용률이 60~70%에 그치고, UHMWPE10%, 탄소섬유는 40~50% 수준이다.

 

SIC·LCP·PBO·PBI는 군 적용률 0%, 특히 PBOPBI는 국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화복의 핵심 소재를 도요보(일본)PBI퍼포먼스프로덕트(미국) 등 외국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 현실의 배경으로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첫째, 가격 중심의 입찰 구조다. 봉제기업이 군수조달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재 기업의 기술 개발 유인이 사라지고, 품질보다 단가 경쟁이 심화되어 중국산 저가 소재 사용이 고착화됐다.

 

심지어 군 PX에서 판매하는 활동복 티셔츠에도 중국산 저가 소재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둘째, 기술 격차다.

 

고강도·경량 UHMWPE와 고성능 난연섬유(PBO, PBI )는 기술 선진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민간 기술의 국방 진입(Spin-on)과 국방 기술의 민간 확산(Spin-off) 선순환 체계도 미흡하다.

 

셋째, 실증 인프라의 부재다.

 

실제 전장 환경(극한 기후, 화염, 충격 등)을 모사한 테스트베드와 국방 전용 시험·인증 인프라가 없어 우수한 민간 기술이 있어도 군 납품을 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을 방법이 없다.

 

정책 측면의 문제도 짚었다.

 

2021년 시작된 산업부의 '국방섬유소재산업육성사업'은 워리어 플랫폼과 연계해 고성능 소재 선도기술 개발 4개 과제와 실증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으나, 2023년 예산 삭감과 함께 조기 종료됐다.

 

국방 예산은 20254.8조 원에서 20265.8조 원으로 19.2%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 증가분은 무기체계 중심으로 편중되어 전력지원체계 소재 분야 지원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PD는 국산화가 단순한 수입 대체가 아닌 전략적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군 피복류 시장 규모는 약 6,8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 국방섬유 시장(2023년 기준 약 133억 달러, 국내 대비 29배 규모)을 겨냥한 K-방산 수출 패키지화 전략이 더해진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커진다.

 

K-방산 수출은 201925억 달러에서 2022173억 달러로 7배 성장했다.

 

지금까지 수출의 중심은 무기체계였지만, 수출 상대국이 전투복·방탄복 등 전력지원체계를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산 섬유소재 기반이 갖춰진다면 무기체계 수출에 전력지원체계를 패키지로 연계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해상 물류가 불안정해지고 공급선 다변화 수요가 증가하는 현재 상황도 한국 국방섬유산업에는 기회 요인이다.

 

그가 제안한 5단계 국산화 로드맵은 수요 발굴 기술 개발 시제품 생산 지원 인증체계 구축 시장 진입 지원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증체계 측면에서는 현재의 물리적 수치 중심 규격(: 보온율, 잔염시간)을 실제 작전 성능 중심 규격(CLO, 화상 정도 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규격 자체가 혁신의 문을 열어야 새로운 소재 기술이 군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토론회 개회 회의 모습

 

 

한편, 행사를 주최한 강대식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튼튼한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기술 개발과 예산,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오래도록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은 또 던져졌다.

 

국산 고성능 소재가 개발된다 해도 현재 방탄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봉제기업들이 더 비싼 국산 소재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가?

 

국방부가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중국산 소재 대신 국산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제도 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가?

 

중소 소재 기업이 고성능 소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보장하는 선행 구매 또는 물량 보장 제도가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는 이번 토론회 또한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장병들의 방탄복 안에 어느 나라 섬유가 들어가 있는지는 우리가 안보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작고 가장 솔직한 지표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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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2025년 감사보고서, 운영 전반 시스템 개선 요구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2025년 감사보고서, 운영 전반 시스템 개선 요구

유관기관과 관계 악화, 컨트롤타워 기능 상실 지적, 2026년 예산 26억원

연합회 조직 시스템 전반 개선, 투명하고 체계적 운영 기반 마련 촉구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회장 한상웅, 이하 연합회)43, ‘2026년도 제1회 이사회 및 제31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박인병·김광배 감사가 공동 작성한 2025년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를 두 축으로 연합회 조직 운영 전반에 걸친 개선 사항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감사는 보고서 서두에서 "2025년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제 경쟁 심화로 지역 섬유산업 전반이 존립 자체를 우려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 놓인 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연합회가 산업 대표 조직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를 집중 점검했다고 밝혔다.

 

업무감사에서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이사회 운영의 절차적 문제였다.

 

연합회 이사회는 20253월과 12월 총 2회 개최됐으나, 1215일 추경 이사회에서 감사의 사전 검토와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추경안이 상정·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관에 따르면 감사는 총회에서 선출되는 독립적 견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에서는 감사 기능이 형식화된 것으로 판단됐다.

 

감사단은 "향후 주요 안건에 대해 감사에게 관련 자료를 사전 제공하고 검토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회와 다이텍 등 주요 유관기관 간의 관계 악화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는 "연합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충분히 수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관 간 갈등 조정 및 협력 강화 방안이 부재해 정책 및 사업 방향의 통합적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2026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연합회가 섬유단체 예산 확보의 조정·총괄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무국 운영에서도 리더십 부족과 내부 소통 미흡으로 인한 갈등이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는 "권한과 책임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업무 효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11일 개최된 '섬유패션 산학연 클러스터 행사'에서는 관리·운영상 중대한 혼선이 발생했으며, 이후 책임자 문책 과정에서도 명확한 기준과 절차 없이 우왕좌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는 이를 "조직 운영 및 인사관리 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사례"로 규정했다.

 

기부금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서상규 이사장이 기부한 1억원 중 6천만원이 입금되고 1,070만원이 지출됐으나, 회장 결재 여부 및 관련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부금 운영규정 제정 여부 자체도 이사회 의결 사항으로 남아 있다.

 

사업비 측면에서는 DMC(국내판로개척) 사업의 예산 집행 상당 부분이 인건비 충당에 집중되어 실질적인 파급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섬유박람회(PID)의 경우, 해외 바이어 유치와 실질적 수주 성과가 저조해 단순 전시 행사를 넘는 사업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권고도 이어졌다.

 

한편, 2025년 결산 결과, 연합회의 총 수입은 255,766만원, 총 지출은 218,290만원으로 37,476만원의 잔액이 발생했다.

 

특별회계인 PID 부문에서만 23,709만원의 잔액이 남았다.

 

2026년도 예산은 총 261,799만원으로 편성돼 전년 대비 약 23,470만원(9.8%) 늘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PID(대구국제섬유박람회) 예산으로 전년 대비 22,092만원이 증액된 138,330만원이 배정됐다.

 

반면, 섬유산업클러스터 구축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자체 사업비도 대폭 축소됐다.

 

감사단은 보고서 말미에서 "본 감사는 특정 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을 넘어 연합회 조직 시스템 전반의 개선을 목적으로 실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의 역할은 문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이 원칙과 절차에 따라 건강하게 운영되도록 점검하는 것"이라며, 연합회가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제도와 운영 전반을 재점검하고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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